지난 포스팅에서는, 텐센트가 왕좌를 지켜오던 중국 게임시장에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유망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경쟁이 가열된 상황을 설명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이런 상황 속에서 텐센트가 게임업계 강자로서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투자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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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는 지금까지 글로벌보다는 중국 내수 시장, 그리고 콘솔이나 PC보다는 모바일 게임에 집중해왔습니다. 텐센트 게임 매출의 상당 부분이 영광의 왕, PUBG 모바일, 콜오브듀티 모바일에서 발생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그러나 중국 모바일 게임시장 경쟁이 과열되자 텐센트는 글로벌 PC/콘솔 게임 그리고 AAA 게임시장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전략을 택합니다.

1. 중국을 넘어 글로벌에 투자

먼저, 텐센트는 올해 상반기 Fatshark, Bohemia Interactive, Dontnod Studios 등의 유럽권 게임개발사에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Fatshark는 2008년 설립된 스웨덴 게임 개발사인데요, 텐센트가 2019년에 이미 한 차례 투자를 했었고 올해 재투자를 하면서 대주주가 됐습니다. Bohemia Interactive는 1999년 설립됐고 PC, 콘솔,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체코 회사입니다. 텐센트가 Bohemia Interactive에 투자한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두 회사는 투자를 통해 전략적으로 협력 관계를 맺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Dontnod Studios는 2008년 설립된 프랑스 게임사입니다. 텐센트는 2021년 1월 이 회사에 약 3,700만 달러를 투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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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hemia Interactive의 대표게임 'DayZ'>

유럽뿐 아니라 국내에도 텐센트의 투자가 잇달아 들어오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는 '던전앤파이터' 개발 인력이 주축이 되어 만든 국내 게임사 '액트파이브'를 인수했고요. 2월에는 텐센트가 자회사인 에이스빌피티이를 통해 국내 게임사 '로얄크로우'를 인수했습니다. 로얄크로우는 2018년, 서든어택을 개발한 백승훈 사단이 설립한 게임사인데요. 연내에 차세대 FPS 게임 '크로우즈'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바로 다음달인 3월에도 텐센트는 국내 게임사 '라인게임즈'와 '앤유'에 투자를 했습니다. 또한, 지난 7월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텐센트가 국내 MMORPG 개발사 한 곳과 FPS용 PC 및 콘솔 게임 개발사 한 곳에 투자를 제의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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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크로우의 신작 크로우즈 소개 이미지>

2.모바일을 넘어 PC/콘솔에 투자

앞서 기술한 텐센트의 투자를 받은 회사들 중에서는 모바일뿐 아니라 PC나 콘솔 게임에 집중하는 개발사들이 눈에 띕니다. 체코 회사인 Bohemia interactive는 모바일, PC, 콘솔을 모두 개발하고, 국내 회사인 로얄크로우는 PC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며, 앤유 역시 PC MMORPG에 집중합니다.

또한 텐센트가 7월에 투자한 독일 게임사 'Keen Games'와 영국 게임사 'Sumo Group' 역시 PC와 콘솔 게임 개발을 전문으로 합니다. 텐센트는 약 12.7억 달러를 들여서 Sumo Group을 전면 인수했죠. 같은 달에 투자한 스웨덴 회사 'Stunlock Studios'도 PC 게임 개발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비록 인수가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텐센트가 크게 관심을 보인 독일 게임사 'Crytek'도 주목해볼만 합니다. Crytek은 Crysis, Far Cry 시리즈의 기반인 된 PC 및 콘솔용 게임엔진 CryEngine의 개발사입니다. 그리고 이 CryEngine은 Amazon Lumberyard와 Open 3D Engine의 기반이 되는 게임엔진입니다. 텐센트는 3억5,300만 달러에 Crytek을 인수하려고 했으나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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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tek이 CryEngine으로 만든 대표작 크라이시스 시리즈의 'Crysis 3'>

텐센트는 자국의 PC/콘솔 개발사에도 크게 투자하고 있습니다. Game Science, Surgical Scalpels, UltiZero Games, Dark Start 등이 모두 텐센트가 올해 투자한 중국의 PC/콘솔 중심의 게임사입니다.

3. AAA 게임 개발을 위한 'TiMi Studios'(자회사)에 투자

텐센트는 자체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은 자회사인 TiMi Studios를 통해 진행합니다. 텐센트의 대표 게임들인 영광의 왕, PUBG 모바일, 콜오브듀티 모바일 등이 TiMi Studios의 이름으로 개발 및 퍼블리싱 됐고, 최근 출시한 스위치/모바일용 MOBA 포켓몬 유나이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텐센트가 게임업계에서 투자사로서가 아닌 개발사/퍼블리셔로 활동할 때는 TiMi Studios가 주축이 된다는 것입니다.

Tecent Games
<Tencent Games와 TiMi Studio Group의 로고>

텐센트는 최근 TiMi Studios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에 3개의 AAA 스튜디오를 개설 및 확장했습니다.

먼저 2020년에는 로스앤젤레스에 LightSpeed LA라는 이름의 스튜디오를 개설하고, 미국 게임사인 Rockstar Games 출신의 Steve Martin을 수장으로 영입했습니다. 직원들 또한 Rockstar Games, SONY VASG, 2K Games 등 유수의 게임사 경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죠.

2021년 1월에는 시애틀에 또 새로운 스튜디오를 오픈했습니다. 이곳에서도 게임 관련 경력이 탄탄한 Scott Warner를 책임자로 임명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21년 7월에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스튜디오를 오픈했죠.

텐센트가 TiMi Studios를 통해 북미에 개설한 세 개의 스튜디오 모두 AAA 게임 개발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몬트리올 스튜디오를 오픈하고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직접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텐센트는 왜 AAA 게임에 집중하는 것일까요?

지난 포스팅에서 중국 모바일 게임시장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음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AAA 게임은 게임의 규모 자체가 거대한 자본과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신생업체 및 중소업체의 진입이 어려운 영역입니다. 하드웨어 제약상 모바일보다는 PC와 콘솔이 중심인 영역이기도 하죠.

다시 말하자면, AAA 게임시장은 텐센트가 거대 자본과 인력, 경험 등을 기반으로 진입을 꾀하고 있는, 경쟁은 덜 하고 임팩트는 더 큰 시장인 셈입니다. 과연 텐센트가 AAA 게임을 직접 성공적으로 개발 및 퍼블리싱 해서 게임업계의 또다른 발자취를 남기게 될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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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신문은 텐센트의 공격적인 해외 게임사 투자 및 콘텐츠 확보 투자를 보며 텐센트를 '게임업계의 넷플릭스'라고 언급했는데요. 텐센트 투자의 규모와 속도와 범위를 볼 때 이 표현이 절대 과한 것 같지 않습니다. (실제로 8월 10일 기준,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5,875억 달러,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2,301억 달러로 텐센트가 2배 가까이 큽니다. 물론 시가총액 차이가 투자 규모와 직결되지는 않지만요.)

텐센트가 글로벌 시장과 PC/콘솔 게임, 그리고 AAA 게임으로 확장한다고 해서 중국시장과 모바일 게임시장을 순순히 내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쪽 역시 지속적이고도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 중국 규제 당국의 제재로 다소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포착되고는 있는데요. 텐센트가 거대 자본과 지금까지의 노련한 경력을 기반으로 어떻게 게임업계에서 존재감을 확대해갈지, 앞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