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show Review: 텐투플레이가 직접 참여하거나 방문하며 느낀 게임쇼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Intro: "사우스 폴 비밥" 전시작 선정! BIC2023에 가다
올해로 9년 차를 맞이하는 부산 인디커넥트 페스티벌(BIC)이 지난 27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BIC는 인디 게임 개발자와 게이머들을 위한 글로벌 페스티벌로, 국내 여러 게임 기업뿐만 아니라 타이페이 게임쇼, 비트서밋과 같은 해외 유명 게임쇼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특히 금년도에는 G-Star와 같은 장소인 Bexco에서 행사가 개최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성대하게 치뤄졌습니다. 치열했던 경쟁을 뚫고 센티언스의 “South Pole Bebop(사우스 폴 비밥)”이 경쟁 일반 부문 전시작 중 하나로 선정되었고, 저는 사우스 폴 비밥의 게임기획자이자 전시 부스 운영자로서 지난 주말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BIC 2023은 8.25(금) 비즈니스 데이로 시작하여 일반 관람객에 개방되는 26(토)~27(일)까지 총 3일간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대학생 그룹, 소·중 규모의 팀들, 센티언스와 같은 다국적 팀들의 작품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첫날 비즈니스 데이에는 게임 업계 관계자들이 입장하여 서로를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며, 전시 참가자들끼리 서로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등 활발한 네트워킹이 이루어졌습니다. 전시자 각자가 개발자인 만큼 서로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올해 테마는 'RUN YOUR INDIE SPIRIT!'으로, ‘인디 정신으로 달려나가자’는 컨셉에 맞추어 행사장이 거대한 마라톤 코스처럼 꾸며졌습니다. 참가자들은 마라톤 코스를 돌듯 부스를 돌아다니며 스티커를 받아 자신의 행적을 기록하며 경품 추첨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비록 부스를 운영하느라 완주할 수는 없었지만, 관람객의 흥미를 돋울 수 있는 참신한 이벤트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BIC2023의 화려한 전시 라인업!
전시작들의 라인업은 화려했습니다. ‘오구와 비밀의 숲’, ‘산나비’ 등 이전에 BIC에 출품된 적 있는 인기 작품들이 ‘커넥트 픽’으로 돌아 왔으며, 스팀에 이미 출시되어 게임성을 증명한 ‘Dungeon Drafters’, 독일 Gamescom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Viewfinder' 등 쟁쟁한 참가작들이 관람객들에게 풍성한 즐길거리를 제공했습니다.
그 밖에도 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게임들이 있었습니다. 판타지 세계 속에서 여관을 운영합니다. 그런데 손님들끼리 사이가 나쁘다면 어떨까요? 독특한 컨셉에서 출발한 여관 매니지먼트 게임 ‘던전 인’은 이미 작년 BIC 2022에서 주목 받았으며, 올해는 더욱 개선된 버전으로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컨셉만큼이나 게임 플레이 방식도 참신한데요.
플레이어는 모험가들이 지나가는 루트에 홍보 팻말들을 설치하여 손님을 유인하고 그 돈으로 여관을 증축하여 사업을 확장해야 합니다. 다만 모든 손님을 마구잡이로 유인해서는 안 되며, 서로 사이가 나쁜 길드에 소속된 모험가들이 한 번에 여관에 들어오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합니다. 턴제 게임답게 모험가들에게는 턴당 이동력이 있으며, 플레이어는 이것을 계산하여 어느 위치에 유인책을 심어야 할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만약 감정의 골이 깊은 길드의 모험가들이 한 번에 여관에 들어오면 전투가 벌어지며 플레이어는 이를 중재해야 합니다. 이런 참신한 게임을 만나볼 수 있는 점이야말로 인디 게임 페스티벌의 묘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담으로 등장인물인 두 고양이는 실제로 개발진들의 반려묘이며, 사명인 ‘캣 소사이어티’ 또한 독립심 있는 고양이의 특성을 모티브로 삼아 작명했다고 합니다.
눈길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작품은 ‘색이 같아야 이동할 수 있다’는 심플한 룰을 이용한 게임인 ‘스튜디오 안’의 ‘고스티드’입니다. 플레이어는 컬러 팔레트로 배경이나 오브젝트, 캐릭터들을 색칠하여 고스트를 집으로 안전하게 돌려보내야 합니다. 컬러를 이용하는 트릭해결 게임은 ‘Hue’도 유명하지만, ‘고스티드’는 길을 따라 자동으로 이동하는 캐릭터들을 고전 명작 ‘레밍스’ 스타일과 컬러체인지의 특성을 결합하여 독특한 긴장감과 순발력까지 요구합니다.
제가 이 게임을 처음 만났던 것은 월말마다 개최되는 ‘서울 인디즈’를 통해서였는데, 처음 게임을 만들어본다는 개발자분의 말씀과 달리 그 완성도에 일동 모두가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스티드는 금년도 BIC 2023 ‘캐주얼’ 부문을 수상했으며 스팀에 정식버전이 출시되어 있습니다. 머리를 쥐어뜯고 싶어지는 악랄한(!) 퍼즐이 120여 개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턴제 전략 #PvPvE #체스라이크를 좋아하신다면,
센티언스의 ‘사우스 폴 비밥’ 얘기도 빼놓을 수 없겠죠! 작년 G-star 2022 때 프로토타입 버전을 선보인 이후 게임을 풍성하게 개선하여 Steam Demo 버전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많은 분이 부스를 찾아주셨으며, 그중에는 한 번 플레이 하시고는 친구를 데려와 다시 게임을 플레이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유저분들의 반응을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오프라인 행사를 참가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즐겨주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정말 뿌듯하답니다.
턴제 전략 게임의 특성상 게임 중도에 난입 플레이가 힘들고, 플레이 타임이 다른 전시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어서 한 번에 많은 유저를 받지 못한 점은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다만 ‘사우스 폴 비밥’은 현재 스팀에 demo 버전이 출시되어 있으며, BIC에서 시연한 것과 완전히 같은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으므로 기다리다 발걸음을 돌리시는 분들께는 스팀 페이지가 링크된 QR코드를 나눠 드렸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여기에서 게임을 즐겨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 관람객뿐만 아니라 게임업계 여러 관계자분도 부스를 찾아와 주셨습니다. 단순히 인사만 나누는 것을 넘어서, 몇몇 개발자분들은 저희가 겪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 조언을 해주시거나 심지어 자신들의 노하우 또한 공유해 주셨습니다. 현장에서도 감사 인사를 드렸지만,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어워드 시상식과 스테이지 이벤트
페스티벌 중간에 진행된 어워드 시상식에서 일반부문 그랑프리는 'DANGEN Entertainment'의 'Dungeon Drafters'가 수상했고, 루키 부문의 라이징스타는 '흥도르흥돌'의 '세그먼트 트윈스'가 수상했습니다. 총 18개 부문의 수상작들은 심사위원 25인의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쳤으며, 지금까지의 누적 심사 횟수는 약 4천 5백 건 정도에 이른다고 합니다. 전문적인 심사와 아낌 없는 지원에 과연 경쟁이 치열할 만 했다고 깊이 체감했습니다.
다양하고 멋진 참가작들 외에도, BIC에서 마련한 흥미로운 부대행사들도 이어졌습니다. 인디 게임의 명작으로 이름 높은 ‘아이작의 번제’의 캐릭터를 필두로하여, BIC에 참가한 인기작들의 캐릭터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퍼레이드를 진행했습니다. 그 밖에도 O/X 퀴즈, 숨은그림 찾기 등의 미니게임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경품이 제공되었습니다.
이밖에도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한 배려도 눈에 띄었습니다. 코스 중앙에는 전시작들이 담겨있는 PC들이 놓여져 있어, 대기 줄이 길어 게임을 플레이해보지 못했거나, 호객 행위 등이 부담스러운 게이머들도 원하는 게임을 자유롭게 플레이해볼 수 있었습니다. 현장 스태프들의 운영 또한 훌륭했습니다. 외국인 참가자들도 참여에 어려움이 없도록 공식 행사들이 모두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스태프 분이 친절하였고, 부스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바로 달려오셔서 적극 대응해주셨습니다.
Outro: 꿈 같은 축제, 내년이 더 기대되는 BIC
이번 행사에서 인디 게임사들을 위한 지원은 가히 파격적이었습니다. 오프라인 전시작으로 선정된 팀들은 무료로 전시 부스를 구성할 수 있었으며, 해운대에 위치한 호텔을 숙소로 제공 받았습니다. 매일 행사가 끝난 뒤에는 네트워킹 파티가 주최되었으며, 핑거푸드와 주류가 무한으로 제공되었습니다. 파티가 끝날 즈음엔 쌓여있는 명함을 정리하는 것도 큰일이었습니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오프라인 행사 참여를 주저하는 인디 게임사들의 고뇌를 주최 측과 스폰서들이 깊이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BIC 2023은 인디 게임 개발사들에게 정말 꿈과도 같은 축제였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마무리 폐막식에서 주최 측은 내년 BIC가 10주년을 맞이하여 더 성대하게 열릴 것을 예고 했습니다. 정말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인디 게임들을 위한 기회가 늘어서 게임산업 전체에 선한 영향력을 계속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편, 오프라인 행사는 끝났지만 BIC2023은 9월 14일까지 BIC 공식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 전시를 진행합니다. 온라인 페스티벌 티켓을 구매해 수상작 뿐만 아니라 '사우스 폴 비밥'을 포함한 다양한 인디게임을 플레이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