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투플레이(센티언스)에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팀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온 팀원들이 본국의 게임산업과 게임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이번에는 핀란드에서 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센티언스의 베스트 게이머 Leo가 핀란드만의 독특한 게임문화와 세계 게임시장에 미치는 핀란드의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leo

끊임없이 진화하는 게임 세계에서 각 나라들은 저마다의 가치, 우선순위, 열정을 바탕으로 독특한 게임 문화를 발전시켜왔습니다. 저는 핀란드에서 평생 동안 게임을 즐겨왔고 핀란드와 한국 회사에서 모두 일해본 직접적인 경험이 있기에, 각 나라의 게임 테이블에서 느껴지는 독자적인 특성들을 더욱 잘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게임 문화는 오래 전부터 PC방의 활기찬 에너지와 e스포츠의 어마어마한 경쟁력으로 대변돼 온 반면, 세계 반대편의 핀란드에서는 전혀 다른 게임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이번 블로그 글을 통해 핀란드만의 독특한 게임 문화와 함께, 세계의 플레이어들에게 지속적으로 감동을 주고자 하는 핀란드 게임 업계의 노력을 파헤쳐볼까 합니다.

게임 신(Gaming scene)의 차이

PC방의 영향이 큰 한국의 게임 문화와는 달리, 핀란드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왔습니다. PC방이 없는 대신, 핀란드인들은 ‘랜파티’에서 모입니다. 게임 컨벤션이나 페스티벌에서 각자의 PC를 연결해 로컬 플레이어 게임 세션을 즐기는 것이죠. 직접 얼굴을 보며 플레이하기 때문에 대면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게이머들간의 유대도 강해지는데, 이는 한국 게이머들이 PC방에서 다지는 동료애를 다지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Lan party (by Josh Levinger)
랜파티 자료사진 (Josh Levinger)


커뮤니티적인 측면 외에도 두 나라 간에는 게임 스타일에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게임을 할 때 비교적 캐주얼하게 접근합니다. 경쟁하는 플레이보다는 그저 즐기는 것에 더 포커스를 두죠. 우승이나 게임을 마스터하는 것에 집중하며 경쟁적인 성격을 띠는 한국의 게임 문화와는 대조적입니다. 이런 특성은 핀란드 게이머들에게 더욱 다양한 장르를 탐색하고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줍니다.

‘재미‘로 일궈진 핀란드 게임 산업

확실히 캐주얼한 게이밍을 즐기는 핀란드 게이머들처럼, 핀란드 게임산업도 그저 즐기며 재미를 추구하는 그들의 선호를 따라 발전해왔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핀란드는 지속적인 영향력을 가질 정도로 유명한 게임사들을 몇몇 배출했습니다. Max Payne이나 Control 같은 스토리 중심 게임으로 잘 알려진 Remedy Entertainment는 몰입감 있는 스토리텔링을 경험하게 해 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Rovio Entertainment는 앵그리버드 시리즈를 게임 신(scene)의 아이콘으로 만들며 화려하게 등장했고, 그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세계 대중들을 사로잡았습니다. Supercell은 Clash of Clans나 Clash Royale 같은 중독적인 게임을 만들어내며 2010년부터 게임 업계 거인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세 거물들은 세계의 플레이어들을 매료시키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강점을 바탕으로 업계에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Max Payne
Angry Birds
Clash of clans
핀란드 대표 게임들 (공식 사이트)


각사의 매출을 보면 이들은 게임 업계 내에서 서로 다른 입지를 차지하고 있지만, 2021년 기준 Supercell은 한국의 게임 공룡 기업인 넷마블의 수익(17.6억 유로)(2)에 맞먹는 규모인 연매출 18.9억 유로(1)를 달성하며 모바일 게임계의 지배자임을 증명했습니다. Rovio의 연매출도 2억 8천6백만 유로(3)로 앵그리버드 시리즈에 힘입어 번성하고 있으며, 아이코닉한 캐릭터가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4천8백만 유로 연매출의 Remedy(4)는 이야기 중심 게임이란 니치 마켓을 대표하며 스토리텔링과 몰입을 중시하는 특정 유저들을 여전히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또 한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재 핀란드의 e스포츠도 꾸준히 그 인기를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한국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핀란드 선수로는 스타크래프트2의 Serral(요나 소탈라) 선수가 있죠. Topson과 JerAx 선수는 Dota2 인터내셔널에서 무려 두 번의 우승을 거머쥐었고, 이로써 JerAx는 e스포츠 플레이어 가운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되었습니다.(5)

‘재미’로 어떻게 성공을 이끌어냈을까

핀란드가 게임 산업의 발전소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교육과 훌륭한 인재풀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고 숙련된 노동력을 보유한 이들이 많은 만큼, 게임 개발이라는 복잡한 분야를 다루는 데 아주 적합하죠. 핀란드의 대학교들과 특성화된 게임 개발 프로그램들은 최고 수준의 인재들을 계속 생산해내며 게임 생태계 번성의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Rovio는 2003년 헬싱키 기술 대학교(Helsinki University of Technology) 대학생 세 명이 창업해 성공을 이뤄냈기에 이러한 헌신의 한 결과이자 일례가 되고 있지만, 차세대 게임 비전을 선도할 수 있는 환경을 핀란드에 조성했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의성과 기술력을 모두 함양하는 데에 교육의 중점을 두기에, 핀란드가 게임 시장이라는 경기장에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입니다.

The three founders of Rovio
Rovio의 창업자들 (atomico.com)


핀란드에게 게임이란: 재미와 창의성이 궁극적 보상

재미와 함께 대면 방식의 동료애에 더 큰 강점을 두는 핀란드의 게임 문화는 한국과 같은 세계 게임계 거인들과는 구별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한국 PC방의 뜨거운 경쟁 열기와는 다르게, 핀란드 게이머들은 랜 파티나 축제를 통해 뭉치고, 다양한 장르를 탐색하는 것을 즐기면서 비교적 여유로운 방식으로 게임을 즐깁니다. 이러한 정신은 핀란드 게임 산업에까지 확장돼, Remedy Entertainment나 Rovio, Supercell 같은 기업들이 몰입감 있는 서사와 아이코닉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세계 게이머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높은 교육·기술 및 생활 수준을 바탕으로, 핀란드의 게임 신(scene)은 로컬은 물론 세계의 인재들을 끌어들이며 혁신과 창의성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그 단순한 기쁨을 전달하고자 하는 헌신과 함께 핀란드는 앞으로 E스포츠 분야에서의 성과나 게임을 선도할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기약하고 있으며, 게임 세계에서 핀란드가 갖는 영향력은 앞으로도 더욱 길고 또 깊게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S. 이러한 차이는 직장 내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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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주 >
(1) https://supercell.com/en/news/best-days/
(2) https://company.netmarble.com/en/invest/finance
(3) https://investors.rovio.com/en/financials-reports/interim-reports/year/2021#Yeartab
(4) https://investors.remedygames.com/financials-and-reports/financials/
(5) https://escharts.com/play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