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원 대표는 EA코리아 퍼블리싱 총괄, 블리자드 북아시아본부 대표, 워게이밍 아시아태평양 총괄대표 등을 역임했고,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게임JV Majamojo의 대표로 있었습니다. 2020년 한정원 대표님과의 만남을 계기로, 텐투플레이는 한정원 대표님을 (주)센티언스의 정식 어드바이저로 위촉하였습니다.
Q. 한정원 어드바이저님 반갑습니다! 어드바이저님께서는 평소에 어떤 게임을 즐기시는지,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전에는 PC 위주의 게임을 좋아하다가, 2010년을 기점으로 최근에는 거의 모바일 게임 위주로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Fieldrunners Attack!"을 데일리 퀘스트로 제일 많이 합니다. 제가 아이폰 처음 나왔을 때 "Fieldrunners"라는 타워디펜스 게임을 했는데, 같은 회사가 만든 새로운 게임이에요. 제가 가장 많이 돈을 쓰는 게임은 "Happy Clinic"이라는 병원을 운영하는 게임이고, 가장 오래 하고 있는 게임은 "클럽맞고"라는 아주 "전통있는"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결제를 안 하고 플레이하려니 미안해서 어제는 결제를 했습니다.(웃음) 유튜브 들으면서는 직소퍼즐이나 스도쿠를 하기도 합니다. 하루 두 시간 정도는 게임을 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다양한 게임을 즐기시는데요, 센티언스 게임팀이 만든 “South Pole Bebop” 같은 PC 전략 게임도 좋아하시나요?) 전에는 PC로 복잡한 게임도 했는데, 아쉽게도 2008년에 Mac을 사용한 다음부터는 PC로는 게임을 안 하게 됐어요. 센티언스의 "South Pole Bebop"은 해 봐야죠. 맥에서 플레이할 수 있나요?
Q. 향후 맥에서도 플레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센티언스와 같은 인디게임사들이 게임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생각 할 필요도 없이, 가장 중요한 건 fun(재미), 조금 더 사업적으로 보면, 메타(Meta)가 중요한 것 같아요. 성공하는 게임을 보면 유저가 플레이를 하지 않는 시간에도 게임 안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해보며 고민하는 시간이 굉장히 길거든요. 그 다음에 중요한 건 Product Market Fit. 대부분 게임사가 자신이 소속된 국가 내에서 고민을 많이 하죠. 커뮤니티라든가 언어적 측면에서 홈그라운드에 익숙한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글로벌하게 진출하기 위해서는 나라마다 성공 요소가 다르니, 그것을 잘 찾아내고 열어주는 역할이 개발사나 퍼블리셔로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어떻게 하면 "fun"한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요? 많은 개발자들의 고민일 것 같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comfort zone을 벗어나 스스로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창피하거나 말도 안 되는 것 같더라도, 재미있겠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아이디어를 잘 살려서 적용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때 너무 독단적인 환경으로 아이디어가 끌려가기보다는, 모두가 함께 의견을 공유하고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좋겠죠.
특히 한국은 회사 내 직급에 의해 발언 기회가 제한되거나, 스스로가 아이디어 내기를 꺼립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다”는 비판은 두렵죠. 하지만 사실 말도 안 되는 데에서 소위 말해 빵빵 터지기도 하거든요.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 같아도 계속 이야기를 발전시키다 보면 “말 되는”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포용해줄 수 있는 조직문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프랑스인들은 어떤 아이디어에 자기가 동의한다 해도 습관적으로 그 아이디어에 의문을 제기하곤 합니다. 일부러 문제점을 끄집어내면서 토론을 하다 보면, 잘못된 방향으로 끌려가지 않으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죠. 또 전에 스타트업하는 이스라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 적이 있는데, 이 친구들은 회의할 때 다시 안 볼 것처럼 싸우더라고요. 회의시간에는 끝까지 전투적으로 맞붙다가도 회의 후엔 뒤끝이 없습니다. 그게 그 나라의 문화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처음엔 놀랐죠.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강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런 문화적 특성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Q. 게임 산업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이달부터 센티언스의 어드바이저로서 정식으로 도움을 주시게 됐습니다. 센티언스를 만나게 된 계기와, 센티언스의 게임 유저 개인화 분석 서비스인 텐투플레이에 대해서는 어떤 부분에서 공감하시는지 궁금합니다.
3년 전쯤 친한 친구가 센티언스의 김진 CTO님을 소개해줘서 만나게 됐습니다. 원래 이런 만남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인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놀랍게도 좋은 회사더라고요. 제가 25년 이상 게임 쪽에서 퍼블리싱 업무를 했는데, 개발팀과 우선순위가 달라서 답답한 점이 많았어요. 개발팀은 신규 콘텐츠를 만들어 사용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을 추구하고, 퍼블리싱하고 운영하는 입장에선 기존 유저들이 떠나지 않고 커뮤니티에 남아서 계속 게임을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센티언스의 텐투플레이가 그런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보니 저는 완전히 빠져들었죠. 당시 여건 상 그럴 수 없었지만 투자할 만하다고도 생각했어요. 김진 CTO님과 이야기했을 때 엉뚱하신 것 같지만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과 명확함이 있어 굉장히 신뢰가 갔습니다. 그 이후로 연락을 주고받고 도움도 드리며 이 자리까지 왔네요. 또 권혜연 대표님은 우리나라 스타트업 중에 해외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CEO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회사 굉장히 잘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듭니다.
Q.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드바이저님은 현재 싱가폴에서 거주 및 활동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 해외에서 보시는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시각이 특별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드바이저님이 생각하시는 한국 게임 산업의 특징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최근에 한국에 장기간 들어와 있으며 느낀 건, 한국 게임이 위기라는 겁니다. 우선 기술력이나 게임 개발 환경 등에서 중국에게 심각할 정도로 밀리고 있죠. 한국이 퀄리티가 안 좋은 건 아닌데 중국에 비해 내수가 현저히 적습니다. 따라서 글로벌화의 방법을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싶고, 이 때 초반에 말씀드린 PMF가 굉장히 중요하죠. 세계지도를 보면 절반 정도가 북미유럽이고 특수한 환경을 가진 중국을 뺀다고 해도 나머지 아시아가 1/4쯤 됩니다. 어디를 먼저 공략할지 방향은 정해야겠죠. 예를 들어 우리가 강한 콘텐츠인 k컬쳐가 가장 잘 먹히는 동남아, 특히 k-팝은 인도네시아가 탑입니다. 성공시킬 확률이 높겠죠. 내가 가진 에셋이 뭐고 시장을 어떻게 공략하느냐, 하나씩 차근차근 접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일시적인 트렌드에 너무 끌려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잘 하는 게 있으면 그걸 계속 더 깊게 파고들어야 하는데 유행만을 쫓아가는 부분이 아쉽습니다. 예를 들어 NFT같은 것도 게임업계가 그렇게까지 뛰어들 필요가 있었나, 결과론적으로 들리시겠지만 저는 전부터 꾸준히 얘기해왔던 부분입니다. 기반이 충분히 갖춰져야 가능한 경우도 있는데, 무작정 트렌드만 쫓는 것은 특히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일수록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센티언스에 방문해주신 한정원 어드바이저님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 드립니다. 여러 질문에도 기꺼이 응해주시고, 게임시장에 대한 통찰을 재미있게 풀어주셔서 인터뷰를 더욱 즐겁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한정원 어드바이저님의 경험이 담긴 인사이트를 통해 텐투플레이가 게임 업계에 더 좋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